톨킨의 '호빗'에서 간달프는 단순한 마법사 이상의 존재입니다. 그는 빌보 배긴스의 여정을 설계하고, 드워프들의 모험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를 완벽한 현자로만 바라보는 것은 이 인물이 지닌 복잡성을 놓치는 일입니다. 간달프의 지혜는 때로 불확실한 직감에 기반하며, 그의 조언은 빌보를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위험에 노출시킵니다. 이 글에서는 간달프를 다층적으로 분석하여, 그가 지닌 빛과 그림자를 모두 살펴보겠습니다.

전지적 스승이라는 과도한 안정화
간달프는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훌륭한 마법사입니다. 그는 때때로 마법 지팡이를 사용하며, 마음대로 나타나고 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롤, 고블린, 늑대인간으로부터 여행자들을 구해주고, 툭 가문 쪽 빌보의 할아버지와도 친구였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입니다. 외로운 산으로 가는 지도와 열쇠를 소린의 할아버지로부터 보관받은 것도 그의 신뢰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 서술은 간달프를 지나치게 완성된 존재로 고정시키는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 간달프는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는 빌보가 골룸의 동굴에서 투명 반지를 얻게 될 것을 미리 알지 못했으며, 이후 벌어질 사건들의 전모를 완벽하게 예측하지도 못했습니다. 그가 빌보를 도둑으로 선택한 것은 확실한 계획이라기보다는 위험한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습니다.
간달프의 판단에는 불안과 모험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는 빌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우그의 죽음을 초래하는 극적인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 해석일 수 있습니다. 간달프는 직감과 믿음에 기반해 행동하는 인물이며, 그의 선택이 언제나 성공적이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인정할 때, 간달프는 더욱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다가옵니다. 그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제한된 시야 속에서도 용기 있게 결단을 내리는 존재입니다.
성장의 조력자, 그러나 부재가 진정한 성숙을 만든다
간달프는 빌보의 스승이자 지혜로운 조언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는 여정의 어려움이 빌보의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빌보가 너무 오랫동안 안전하고 편안한 삶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1장에서 간달프는 드워프들이 빌보를 찾아오도록 그의 집 대문에 비밀 표시를 해두고, 빌보가 여정을 시작할 때 손수건과 담배를 챙겨주어 되돌아갈 구실을 만들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빌보와 드워프들에게 엘론드와 베온 같은 유용한 친구들을 소개해 줍니다.
그러나 빌보의 진정한 성장은 간달프의 교육 성과로만 환원할 수 없습니다. 빌보가 골룸을 죽이지 않기로 결정한 것, 아르켄스톤을 바르드와 소린 사이의 중재 수단으로 사용한 판단은 모두 간달프의 지시 밖에서 이루어진 선택들입니다. 7장에서 간달프가 어둠의 숲 가장자리에서 일행을 떠난 직후, 빌보는 새롭게 얻은 용기와 영리함을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엘프 왕의 감옥에서 드워프들을 구출할 때는 간달프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간달프는 때때로 빌보를 관찰하는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빌보가 골룸의 동굴에서 나왔을 때 드워프들에게 투명 반지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간달프가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는 간달프가 빌보의 행동을 판단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빌보가 엘프 왕의 궁전이나 스마우그의 소굴에서 간달프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간달프의 부재가 빌보 성장의 핵심 조건이 되었습니다. 스승의 영향권을 벗어나는 순간에 비로소 진정한 성숙이 시작된 것입니다.
윤리적 조작자로서의 간달프, 더 큰 선과 개인의 자율성
간달프를 '부모이자 스승'으로 강조하는 해석은 그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간달프의 행동은 한 개인을 더 큰 계획에 끌어들이는 조작적 행위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간달프는 빌보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여정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은 채 모험을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빌보는 자신이 무엇에 동의했는지도 모른 채 위험천만한 여행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점에서 간달프는 단순한 보호자라기보다, 더 큰 선을 위해 개인의 안락함과 선택권을 희생시키는 존재입니다. 그가 빌보를 선택한 이유가 빌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스마우그를 물리치고 중간계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빌보가 필요했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간달프의 지혜로운 설계는 빌보의 관점에서 보면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이 이루어진 권위적 개입입니다.
다섯 군대 전투 후, 간달프는 빌보와 함께 호빗의 땅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간달프와 발린이 시간이 흐른 후 빌보의 호빗굴을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간달프는 특유의 지혜를 보여주며 빌보에게 우주 만물의 질서 속에서 그의 위치를 일깨워줍니다. 하지만 이 장면조차도 간달프가 지닌 권력성을 드러냅니다. 그는 빌보의 삶에 개입하고, 그 삶의 의미를 해석하며, 우주적 질서 속에 빌보를 위치시킵니다. 이는 지혜로운 조언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큰 목적을 위해 개인을 움직이는 권위의 행사이기도 합니다.
간달프는 길을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그 길이 언제나 안전하거나 정당한지는 독자가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간달프의 인물 분석은 그를 지혜로운 안내자이자 빌보 성장의 촉진자로 정리할 수 있지만, 그의 판단에 내재한 불확실성, 제자의 성장이 스승의 부재에서 완성된다는 점, 더 큰 목적을 위해 개인을 움직이는 권위의 문제를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합니다. 간달프는 단순한 현자가 아니라 톨킨 세계관의 긴장과 윤리를 체현한 복잡한 인물입니다.
[출처]
CliffsNotes - The Hobbit Character Analysis: Gandalf
https://www.cliffsnotes.com/literature/h/the-hobbit/character-analysis/ganda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