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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켈슈타인 재해석 (고독, 배척, 복수)

by dalseong50 2026.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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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의 『프랑켈슈타인』은 1818년 출간 이후 200년 넘게 대중문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이 작품을 머리에 나사를 꽂은 무시무시한 괴물 이야기로만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다시 읽어보니 이 작품이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심층적인 철학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프랑켈슈타인 재해석 (고독, 배척, 복수)

고딕 소설 너머의 철학적 질문

『프랑켈슈타인』은 당시 고딕 소설(Gothic novel)의 틀을 따르고 있지만 초자연적 요소가 아닌 과학적 가능성에서 공포를 이끌어냅니다. 여기서 고딕 소설이란 18~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음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문학 장르를 의미합니다. 작품 속 빅토르 프랑켈슈타인은 사체를 결합하고 전기 자극을 통해 생명을 창조하는데, 이는 당시 갈바니의 전기 실험(죽은 개구리에 전류를 통하게 해 움직임을 유발한 실험)이 과학계에 충격을 준 시대적 배경과 맞물립니다(출처: 영국 왕립학회).

제가 주목한 부분은 메리 셸리가 생명 창조의 기술적 가능성보다 창조 이후의 책임과 관계에 더 천착한다는 점입니다. 밀턴의 『실낙원』에서 루시퍼가 신에게 던지는 질문("진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내가 요청했습니까?")을 작품의 제사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따집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며 노트를 펼치고 프랑켈슈타인을 직접 그려보았습니다. 머리에 나사를 꽂은 괴물을 그리면서도 어쩐지 애처로운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힘입니다.

소외와 배척이 만든 악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은 피조물이 선천적 악마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이름조차 받지 못한 채 괴물, 악마, 그것으로만 불리며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됩니다. 피조물 스스로 토로합니다. "내 악행은 그토록 혐오스러운 고독을 내게 강요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오!"

메리 셸리는 당시 자신의 처지를 이 작품에 투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녀는 유부남 퍼시 셸리와의 관계로 영국 사교계에서 완전히 배척당했고, 첫 아이를 잃은 직후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이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의 단절이 개인에게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직접 경험한 셈입니다. 여기서 사회적 관계망이란 개인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맺는 인간관계의 총체를 의미하며, 현대 심리학에서는 정신 건강의 핵심 요소로 간주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소외감은 실제로 무시무시합니다. 저 역시 특정 시기에 공동체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느낀 분노와 자괴감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프랑켈슈타인의 피조물이 복수를 결심하는 과정이 과장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반응임을 체감했습니다.

공상과학 장르의 시조

『프랑켈슈타인』은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효시로 평가받습니다. 공상과학소설이란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미래나 가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문학 장르를 말합니다. 이 작품이 출간된 1818년은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과학기술에 대한 낙관과 우려가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메리 셸리는 당시 최신 과학 이론을 작품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특히 생명의 전기적 본질에 대한 논의는 1780년대 루이지 갈바니의 실험 이후 유럽 전역에서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작품 속에서 프랑켈슈타인이 사용하는 "어떤 비책"은 정확히 명시되지 않지만, 독자들은 당연히 전기 자극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현대의 인공지능(AI) 윤리 논쟁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AI를 창조하면서도 그 존재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년 전 메리 셸리가 던진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입니다.

복수와 관계의 본질

작품의 핵심 주제는 복수입니다. 피조물의 복수는 분명 과도하지만 타당한 동기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창조자로부터 버림받았고, 사회로부터 거부당했으며,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지만 끝내 얻지 못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심은하 주연의 드라마 'M'이 유행했습니다. 눈에서 초록색 레이저가 나오며 복수하는 내용이었는데, 당시에는 그저 신기한 판타지로만 봤습니다. 하지만 『프랑켈슈타인』을 다시 읽으며 복수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배척당한 존재는 파괴적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독거노인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독거노인은 약 167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 상태입니다(출처: 통계청). 인간은 사회적 존재(social being)입니다. 여기서 사회적 존재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정체성과 의미를 발견하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의미합니다.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시청자들은 타인의 일상을 보며 간접적으로 공동체에 속하려는 욕구를 충족합니다. 저 역시 이 프로그램을 보며 위안을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완전한 고립은 인간에게 견디기 힘든 형벌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범합니까. 프랑켈슈타인의 피조물은 본래 선악의 개념 없이 태어났지만, 사회의 편견과 혐오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것이야말로 메리 셸리가 던진 가장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악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들은 외모를 넘어 내면을 봅니다. 저는 아직 그런 천사가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프랑켈슈타인』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창조의 책임은 무엇인가? 소외된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악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책을 덮고 나서도 이 질문들은 계속 제 안에서 맴돌았습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바로 이런 울림 때문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작품을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the-reader.or.kr/fo/month/classic/detail?mgbiId=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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