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는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심리 로맨스와 고딕 전통이 결합된 독특한 장르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 내면의 죄의식과 사회적 억압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단순히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사상을 낳는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손은 1640년대 보스턴이라는 역사적 배경 위에 상상력과 초자연적 요소를 덧입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심리 로맨스로서의 주홍글씨: 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형식
호손은 『주홍글씨』의 세관 서문에서 로맨스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정의를 제시합니다. 그는 달빛 아래서 바라본 삶이야말로 로맨스의 본질이라고 설명하면서, 익숙한 물건들이 "낯섦과 거리감"을 획득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경우가 있을 겁니다. 매우 익숙한데 다시 보면 매우 낯선 물건으로 다가오는 경험말입니다. 이는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중립적 영역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로맨스 소설의 마법이 시작됩니다.
『주홍글씨』는 무엇보다 심리 로맨스입니다. 호손은 등장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죄의 영향을 심층적으로 탐구합니다. 딤스데일 목사의 내면에는 의심과 자기 고문이라는 심리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그의 가슴에 새겨졌다고 전해지는 A자는 육체적 상징이 아니라 양심의 시각적 구현입니다. 인간 자의식의 표현입니다. 헤스터 프린은 억압적인 법에 맞서 반항하며, 주홍글씨를 정교한 자수로 장식함으로써 형벌 자체를 조롱합니다. 이러한 저항은 단순한 불복종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윤리적 선택입니다. 비로소 인간이 인간다워 지는 부분입니다.
호손이 추구한 것은 인간 마음의 진실입니다. 그는 『일곱 박공의 집』 서문에서 로맨스 작가가 "인간 마음의 진실에서 벗어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밤하늘의 붉은 A, 펄을 따라다니지만 헤스터를 피하는 햇빛, 칠링워스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장면 같은 초자연적 요소들은 단순한 환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죄책감, 억압, 복수심이 내면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외부 세계에 투영한 것입니다. 교수대 장면이 세 번 반복되는 구조는 이야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며, 상징과 명암 대비는 주제를 강화합니다. 이처럼 『주홍글씨』는 예술적 완성도와 심리적 깊이를 동시에 추구한 작품입니다.
고딕 전통의 계승: 분위기와 상징의 조화
『주홍글씨』는 18세기부터 발전해온 고딕 소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고딕 소설은 초자연적 사건, 음울한 분위기, 성과 같은 폐쇄된 공간, 그리고 신비로운 요소들을 특징으로 합니다. 호손은 이러한 고딕적 장치들을 19세기 미국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했습니다.
전통적인 고딕 소설에는 이야기의 기원이 되는 원고가 등장하는데, 호손은 『세관』 서문에서 측량사 푸가 남긴 원고와 주홍 글자를 발견하는 장면을 설정합니다. 이 주홍 글자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현실과 상상을 뒤섞는 마법의 매개체입니다. 벨링엄 주지사의 저택은 유럽 고딕 소설의 성을 대체하며, 신비로운 그림과 도표, 탑, 그리고 갑옷으로 가득 찬 이 공간은 헤스터와 펄이 사회적 억압과 마주하는 무대가 됩니다. 특히 갑옷 속에 비친 왜곡된 주홍글씨는 사회가 헤스터를 바라보는 시선의 과장과 편견을 상징합니다.
칠링워스의 어깨 기형은 고딕 소설의 악당이 지닌 신체적 결함이라는 전통을 따릅니다. 그의 외양은 그가 품은 복수심의 외적 표현이며, 내면의 타락이 육체로 드러난 것입니다. 자연 역시 고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어둠, 그림자, 달빛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며, 숲은 청교도 사회의 법이 미치지 않는 자유의 공간이자 동시에 위험과 유혹의 장소입니다. 전체적으로 소설을 감싸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는 고딕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청교도 사회의 억압적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청교도와 인간의 죄는 잘 어울리며 소설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윤리적 급진성과 장르의 긴장: 미학이 완화하는 저항
이 비평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홍글씨』를 고딕 로맨스로 정교하게 분류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지닌 윤리적·사회적 급진성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손의 이론적 자의식과 장르적 전통을 복원하는 작업은 학술적으로 의미 있지만, 그 과정에서 헤스터의 저항은 심리 로맨스의 한 사례로 정제되고, 청교도 사회에 대한 비판은 미학적 효과 속에 흡수됩니다.
불륜, 죄의식, 초자연적 표징들이 '고딕적 분위기'로 묶일 때, 그것들이 실제로 겨냥하는 권력·법·공동체의 폭력성은 상대적으로 배경화 됩니다. 헤스터가 주홍글씨를 정교한 자수로 장식한 행위는 단순한 미학적 저항이 아니라, 사회가 부여한 낙인을 개인의 자존심으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행위입니다. 펄이 사회의 규범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자라나는 모습은 청교도 공동체가 강요하는 획일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통일성과 구조', '예술적 완성도'라는 틀 속에서만 논의될 때, 『주홍글씨』는 사회 질서를 전복할 잠재력을 지닌 작품이기보다 고도로 통제된 미학적 실험으로만 읽힐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비평이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호손이 로맨스를 "인간 마음의 진실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규정했다는 점을 정확히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고딕적 음울함은 외부 세계의 장식이 아니라 등장인물 심리의 외화이며, 교수대 장면의 반복 구조와 상징적 통일성은 작품이 세대를 넘어 반복해서 읽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결국 『주홍글씨』는 장르적 완성도와 윤리적 급진성 사이에서 긴장하는 작품이며, 바로 이 긴장이 오늘날까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힘입니다.
『주홍글씨』는 심리 로맨스와 고딕 전통의 결합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적 억압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장르적 분류가 작품의 윤리적 급진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동시에 그 정교한 미학적 구조 덕분에 『주홍글씨』는 단순한 불륜 서사를 넘어 인간 양심의 본질에 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출처]
CliffsNotes - The Scarlet Letter: Critical Essays: The Scarlet Letter as a Gothic Romance
https://www.cliffsnotes.com/literature/s/the-scarlet-letter/critical-essays/the-scarlet-letter-as-a-gothic-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