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한 간통 서사를 넘어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결혼 제도와 인간 의식의 작동 방식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최소 세 쌍의 부부를 통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도덕적 성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며, 동시에 톨스토이 특유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작품 속 결혼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 여성을 남성 구원의 도구로 환원하는 한계와 함께 구조적 불평등을 간과한 측면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여성의 주체성을 제한하는 결혼 구조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스티바와 돌리, 카레닌과 안나, 레빈과 키티라는 세 쌍의 결혼을 대조적으로 배치합니다. 스티바와 돌리의 관계는 카레닌과 안나의 불완전한 결합을 암시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중 잣대의 작동 방식입니다. 가족의 결속이 아내에게 달려 있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남편의 외도는 아내의 외도보다 덜 심각하게 취급됩니다. 톨스토이는 남성의 주된 관심사가 집 밖에 있는 반면, 돌 리와 같은 여성은 가족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스티바, 브론스키, 카레닌은 레빈과 달리 가정과 오락 사이에서 삶을 뚜렷하게 구분하며, 소설 속 사건들을 통해 그동안 무시해왔던 아내의 감정에 비로소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혼 생활의 분열된 양상은 불만족스러운 배우자가 사회적, 정서적, 성적 욕구를 외부에서 충족시키려 하게 만듭니다. 안나는 이 분열된 본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열병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그녀는 카레닌에 대한 애정을 인정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브론스키를 갈망합니다.
톨스토이는 이러한 부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등장인물들이 불완전한 관계에 적응하도록 묘사합니다. 돌리는 자식들을 몹시 아끼고, 안나는 카레닌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을 세 리 오 자에게 주지만 사생아 아니 에게는 깊은 애정을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남편들은 카레닌처럼 일에 몰두하거나 스티바와 브론스키처럼 쾌락에 빠져듭니다. 여기서 비판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레빈이 제시한 구원 구도에서 여성이 부차적이고 개별화되지 않은 존재로 그려진다는 사실입니다. 여성의 행복은 가족에서 비롯되므로, 영혼이 만족한 남편을 둔 아내는 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작동합니다. 톨스토이는 마치 돌 리와 안나가 레빈을 사랑했다면 그들 역시 결혼 생활에서 개인적인 의미를 찾았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듯합니다. 이는 결혼의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도덕적 성숙 여부에 과도하게 연결하며, 제도적 억압과 젠더 불평등,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도덕적 서사의 배경으로 밀어냅니다.
역사적 필연성과 개인 의식의 한계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역사적 인과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그의 '역사적 필연성' 개념은 《안나 카레니나》 등장인물들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용어는 인간 의식이 작동하는 조건을 나타내는데, '필연성'은 형식을 제공하고 '의식'은 내용을 제공합니다. 이는 역사가 환경적 도전에 대응하는 개인 또는 문화의 역동성을 묘사한다는 논지를 쉽게 풀어쓴 것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역사적 필연성이 주요 등장인물들이 변화하는 상황에 반응하는 개인적 운명을 통해 드러납니다. 안나의 간통은 안나, 브론스키, 카레닌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치관을 재정립해야만 하는 필연성, 즉 구조를 제공합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이야기의 역동성을 만들어냅니다. 레빈의 필연성, 즉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로 하여금 삶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만의 철학, 즉 도덕적 의식을 발전시키도록 합니다.
하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유전, 교육, 환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요인들이 그의 본성을 제한합니다. 브론스키가 이기적이고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안나가 자살하는 이유, 카레닌이 리디아 이바노브나의 영향력에 굴복하는 이유, 키티가 바렌카처럼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요인들에서 비롯됩니다. 이 관점의 설득력은 인물들을 도덕적 범주로 단죄하기보다, 인간 의식이 작동하는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안나의 죽음을 자유 의지의 실패이자 동시에 사회·심리적 조건의 귀결로 바라보는 시각은 작품을 선정적인 간통 서사에서 끌어올려, 깊은 실존적 비극으로 확장합니다. 역사적 필연성은 인간의 의식이 작동하는 맥락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언어적 구성물이며, 인물들은 레빈처럼 위기를 극복하거나, 카레닌과 브론스키처럼 정체를 통해 타협하거나, 안나처럼 죽음을 통해 굴복해야 합니다.
도덕적 구원과 신의 심판이라는 틀
톨스토이의 모든 주요 주제와 사소한 주제들은 그의 확고한 도덕관에서 비롯됩니다. 8부에서 드러난 그의 논란이 많은 반전 견해는 톨스토이식 기독교 교리의 한 형태로 정립되었습니다. 톨스토이는 훗날 기독교인의 첫 번째 의무는 타인의 노동에 의존하여 사는 것을 삼가고 국가의 조직적인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형태의 폭력은 악이지만, 정부의 강제력 또한 마찬가지로 악의적입니다. 왜냐하면 개인은 자신의 내면의 선함을 따르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자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직 정립되지 않은 교리는 레빈이 '슬라브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이자, 러시아 군인들이 왜 터키인을 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동기가 됩니다. 레빈과 키티의 행복한 결합은 이 도덕적 틀 안에서 '성취된 결혼'으로 제시됩니다. 레빈에게 가족은 본질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외적인 관심사와 사랑은 내면의 선함을 발견하도록 돕는 수단이며, 그의 삶은 스티바, 브론스키, 카레닌의 삶을 구성하는 피상적인 관심사들의 연속보다 훨씬 더 의미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무정부주의적인 도덕관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심판이 도덕률의 제재를 가한다고 믿었습니다. 소설의 표지에 실린 바울의 인용구는 이러한 숙명론을 표현합니다. "복수는 내 것이니 내가 갚으리라 주께서 말씀하셨다"(로마서 12:19). 다시 말해, 선한 사람은 보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습니다. 레빈은 구원을 얻고 안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톨스토이는 오직 신만이 심판하고 인간은 심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안나의 사회 구성원들이 스캔들을 즐기며 험담하는 모습을 냉혹한 아이러니로 묘사함으로써, 톨스토이는 이러한 인간 심판자들을 질책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 속에서 안나의 비극은 구조적 폭력이라기보다 필연적 파국처럼 정당화될 위험에 놓입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결혼과 운명, 도덕과 구원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인간 의식의 깊이를 탐구한 걸작입니다. 톨스토이의 역사적 필연성 개념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넘어 "그 선택 말고 무엇이 가능했는가"라는 더 불편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남깁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작품은 결혼을 남성 중심적 구원의 통로로 환원하며, 여성을 도덕적 시험대의 반사 거울로 제한하는 한계를 보입니다. 안나의 죽음이 과연 신의 심판인지, 아니면 이중 잣대로 작동하는 사회의 폭력인지 다시 묻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출처]
CliffsNotes - Themes in Anna Karenina: https://www.cliffsnotes.com/literature/a/anna-karenina/critical-essays/themes-in-anna-kare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