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 티브이에서 무인도 이야기 영화를 보고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무인도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대니얼 디포의 명작 '로빈슨 크로소'를 통해 극한의 고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아를 유지하고 환경을 극복하는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단순한 표류기를 넘어 기록의 중요성, 노동을 통한 질서 확립, 그리고 타인과의 교감이 갖는 철학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생존 철학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담은 이 분석 글을 통해 고전의 진정한 힘을 만나보세요."
1. 고립된 절망 속에서 피어난 '기록'의 힘: 자아를 지키는 법
로빈슨 크로소가 무인도에 표류했을 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성경을 읽고 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무인도에 표류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상상해 봅니다. 일단 저는 식량과 보금자리를 준비한 후, 날짜를 기록할 것입니다. 날카로운 돌멩이로 나무 기둥에 날짜 표시를 하는 저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바다를 처다 보겠지요. 아무도 없는 섬에서 혼자 남겨졌다는 절망감은 인간을 정신적 파멸로 이끌 수 있지만, 그는 기록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불행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식의 대조적인 기록은 그가 감정에 매몰되지 않게 돕는 닻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복잡한 세상살이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현대인들은 오히려 무인도가 안식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록하는 행동은 현대 심리학에서도 강조하는 '외화(Externalization)'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종이 위에 쏟아냄으로써 문제를 자신과 분리하여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는 일기를 쓰며 단순히 불행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자원을 파악하고 매일의 성취를 기록하며 정신적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기록의 습관은 그가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미치지 않고 인간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역시 또 한번 알게 됩니다. 기록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요. 문자가 없고 종이가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이 이렇게 발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저도 일기를 씁니다. 종이에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시간대 별로 기록을 하고 이 안타까웠던 점을 기록하고 감사하는 내용을 기록합니다. 나의 시간이 기록된 일기장은 저의 보물입니다. 일기장은 단순히 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뛰어넘어 저를 인간으로서 품격을 유지해 줍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삶을 기록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2. 문명과 자연의 경계에서 세운 '질서와 노동': 창조적 생존의 가치
로빈슨 크로소는 단순히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섬을 자신의 거처로 만들기 위해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길렀습니다. 원작에서 묘사되는 그의 노동은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저는 노동은 인간에게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과 삶은 분리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노동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는 무인도라는 야생의 상태를 문명화된 질서의 공간으로 바꾸어 나갔으며,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휴식하는 루틴을 만들어 스스로를 통제했습니다. 그의 노동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무질서한 자연 속에 '문명'이라는 질서를 세우는 창조적 행위였습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흙으로 그릇을 굽거나 뗏목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성실함과 인내심은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고 환경을 극복하는 '도구적 인간(Homo Faber)'임을 상징합니다. 오늘날 무기력함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그의 성실한 노동과 일상의 루틴은 큰 교훈을 줍니다. 저는 또한 루틴대로 하루를 보내되, 그 루틴이 매일매일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일상이 쳇바퀴 돌듯이 이어지니까요.
3. '프라이데이'와의 만남: 타인과 사회의 재발견과 인격적 성장
오랜 고립 생활 끝에 만난 원주민 '프라이데이'는 로빈슨 크로소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됩니다. 처음에는 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주인과 하인의 관계로 시작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교감하기 시작합니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신'과 같았던 크로소는 타인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게 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 생각납니다. 로빈슨 크로소에게 프라이데이는 얼마나 귀한 존재였을까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노력합니다. 40여 년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받고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티브이 프로그램 중 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고 촬영을 원하고 사회에 속하고 싶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간을 결코 사회 밖에서 살아가지 못하나 봅니다. 이들의 관계는 인간이 혼자서는 결코 완전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임을 증명합니다. 로빈슨 크로소는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믿었을지 모르지만,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비로소 고독이라는 근원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다움을 회복하게 됩니다. 섬을 탈출하는 물리적인 해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책임을 지는 '공동체'의 회복이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역설합니다.